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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by Laurier 2020.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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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은밀하고 사소하며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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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종차별, 장애인 차별, 학벌 차별, 남녀 차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또는 모르고 지나쳤던 무수한 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한 차별은 이게 차별인지도 몰랐던 상대적인 의미의 차별도 있다. 내로남불식 차별. 내가 하면 차별이 아닌데 남이 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땐 차별로 생각하는 것. 내가 어느 집단에 속해 있을 때에는 괜찮았던 것이 내가 그 집단에서 벗어나게 되면 느껴지는 차별.

차별은 그렇게 내 주변 곳곳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종차별, 남녀 차별 등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잖아? 뭘 그런걸 가지고 차별이라고 해? 이제 그만하지? 라고 말하지만 과거에 비해서, 다수에 비해서, 성별에 비해서 차별이 줄었다고해서 차별이 없어진 건 아니다. 이렇게 상대적인 잣대로 차별을 논할 것이 아니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지게 되었던 특권. 그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무언가가 나타났을 때의 불편함으로 알게 되는 특권. 그래서 생기는 차별. 내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에서 마음껏 누렸던 권리는 외국인의 외모를 지녔단 것만으로도 한국 국적을 지녔음에도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뺏으려 하는 것, 외국인 노동자가 와서 내가 누려야 할 일의 권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해서 그들에게 일할 권리를 빼앗는 차별. 여성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면서도 그 여성들이 내 직장에 들어오게 되면 내 자리가 위협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 외국인에게 잘해줘야지 하면서도 외국인 아이가 내 아이와 같이 공부하는 건 싫다면서 입학 거부를 하는 학부모 등등. 나와 상관이 없고, 내 권리를 위협하지 않을 때에만 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기준과 평균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향한 차별. 정의란 무엇인가가 생각난다. 철로 위에 서 있는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차에 타고 있는 다수의 사람을 희생할 수 없으므로 철로에 서 있는 사람을 치고 갈 수 밖에 없다라는 생각.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은, 소수의 차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외침처럼 들렸다.

벤담과 밀이 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떠오른다.

사전에서 '신뢰 효과'라는 말로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 공공선을 위해 절제된 최소 권한으로 최대 다수의최대 행복을 가져 오는 사정 작용이야말로 국민의 법의식 속에 신뢰 효과와 만족 효과, 그리고 내면화의 학습 효과를 낳을 것이다.
'최소의 권한'이란 말에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근본 뿌리부터 모든 사람들을 교화시키면 가능할까? 진화론적으로 인간이 그렇게 자신들의 안정을 위해 집단적으로 이루어 왔던 차별이라는 것을 진정 모두에게 이로운 것으로 바꿀 수 있을지 책을 덮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더 컸던 건 이런 이유가 아닐까한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최소한 내가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나와 마주하고 있는 타인에 대해서만큼은 좀 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고 그도 나와 같이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작은 단위로 시작해서 큰 차별을 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다.

p. 26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p. 38
내가 서 있는 땅은 기울어져 있는가 아니면 평평한가. 기울어져 있다면 나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이 풍경 전체를 보려면 세상에서 한발짝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이 세계가 어떻게 기울이져 있는지 알기 위해 나와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사람과 대화해보아야 한다.

p. 48
고정관념은 일종의 착각이지만 그 영향은 꽤 강력하다. 일단 마음속에 들어오면 일종의 버그처럼 교란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사실에 더 집중하고 그것을 더 잘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그 고정관념을 점점 더 확신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p. 60
하지만 차별은 생각보다 흔하고 일상적이다. 고정관념을 갖기도, 다른 집단에 적대감을 갖기도 너무 쉽다.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p. 67~68
고약한 악순환의 고리이다. 부정적 고정관념을 자극하면, 부정적 고정관념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고, 부담 때문에 수행 능력이 낮아져서, 결국 고정관념대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이런 압박 상황을 고정관념 압박이라고 한다. ~~
'지방대생치고 잘하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지방대생에 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자극하며 압박을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수행능력을 떨어뜨리기 쉽다. 원하지 않는 자기예언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p. 75
인생에서 중요한 일일수록 그 선택은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니, 최대한 안전한 결과를 얻기 위해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p. 133
'차별은 단순히 지폐나 동전이나, 햄버거나 영화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인종이나 피부색을 이유로 그를 공공의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 때, 그가 당연히 느낄 모멸감, 조절감, 수치심의 문제이다.' 바로,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다.

p. 169
왕따나 고롭힘, 성폭력, 가정폭력 사건 등 수많은 사건들에서 우리는 종종 피해자를 먼저 의심한다. 차별에서도 마찬가지다. 차별의 부당함을 보기보다 차별의 부당함을 외치는 소수자의 흠을 찾고 비난한다. 그렇게 차별은 계속되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p. 205
평등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평등은 인간 조직이 정의의 원칙에 의해 지배를 받는 한,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상호 간에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우리의 결정에 따라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하게 되는 것이다. - 한나 아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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