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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 김민식

by Laurier 202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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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고분고분 참거나 순응하지 않은 덕에 즐거운 인생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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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민식 PD님이 MBC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며 쓴 책이다. 회고라는 표현이 그렇지만, MBC와 정부의 부정한 일들을 어떻게 한 개인으로서 맞서 왔는지를 써내려간 책이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땐, MBC라는 그 거대 공영 방송에 대해 뭐 이렇게 얘기를 하는가, 너무나 사적인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이게 한 개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것을 느끼게 되었고, 다시 한 번 대학교때 많은 시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대학 다닐 때 했던 시위보다 오히려 중학교 때 고대 옆에서 학교를 다녔던 때가 생각났다. 아마 현재 군인들보다도 더 많은 체류탄 가스를 맞으며 다녔던 학창시절이지 않았나 싶던. 그때 그렇게 눈물 콧물 흘려가면서 언니 오빠들은 무엇을 위해 이 고난을 만드는가하면서 어린 마음에 원망을 했던 그 시절... 근데 이 책을 읽으니 한 개인 개인의 이타적인 마음이 모여 한 집단의 이기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김민식 PD님은 항상 웃고 다닌다. 긍정의 아이콘이라는 것도 있지만 회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미워하는 사람이 기분 나빠하도록 늘 웃고 다닌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울분을 가슴에 두면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윗선들의 행동을 보며 배운 김민식 PD님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울분을 삼킬 수 있게 책을 파고 들고, 공부함으로서 스스로를 다스려왔다.

정직 처분을 받고 1대 10으로 위원회 자리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얘기하니 자신을 징계하려 모였던 사람들이 오히려 한 둘 자리를 떴다고 한다. 그때 이야기를 쓰면서 벌을 받으러 나간 한 사람과 벌을 주려 모인 10명 중 누가 이길 승산이 크겠는가? 그들은 듣기만 하면 되고 자신을 변론하는 김민식 PD님이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그 소리를 듣기 싫어 자리를 피했던 사람들에 대해 쓰면서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럼 무엇을 위해 버티는가? 김민식 PD님은 처음 MBC에 입사해서 지냈던 좋은 15년을 기억한다. 그 좋은 시절, 좋은 회사를 한 사람, 한 정부에 의해서 망가져가는 것을 볼 수가 없어서 버티고 싸웠다 한다. 그렇다.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남달랐던 분이시다.

5년간의 정직, 유배 등을 겪고 당당히 투쟁에서 승리하신 분.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버텨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 분이 힘들 때마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엄한 한을 품고만 살았다면 이마 이기지 못하셨으리라. 그 시간을 책을 읽으며, 조금 더 재미있는 투쟁을 하기 위한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다듬어 왔기에 지금의 이 멋진 글을 쓸 수 있지 않나 싶다.

이 책과 더불어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책 속에 소개된 책들을 전 부 읽을 수는 없겠지만 시간을 두고 읽어볼 만한 책들이 있다.

대학 때 데모 한 번 참가하지 않고, 지금 부인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MBC에 입사해서 그냥 즐기는 생활이 좋은 딴따라였을 뿐인 이 분이 노조에 가입하여 총대를 매고 자신 때문에 힘들어 하는 동료들을 보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힘든 티 내지 않고 즐기면서 승리를 이끌어 내신 김민식 PD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함께 싸우다 암으로 돌아가신 이용마님의 명복을 빕니다.

p. 187
지하철에서 박성제 기자를 응원한 누군가의 따뜻한 한마디가 힘든 시절을 지나던 조합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고, 다시 책 속에 소개되어 독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세상은 이렇게 낯선 이들의 작은 호의로 굴러간다.

p. 199
좋은 사람 주변에는 좋은 충고를 해주는 좋은 이웃이 있다. 만약 그런 사람을 못 만난다면? 책에서 조언을 구해도 좋다. 나는 힘든 시절에 책을 읽으며, 스승들에게 답을 구했다. 책에서 하는 충고는 다 비슷하다.
'불의를 피해 달아난다면, 훗날 스스로를 마주할 수 없을 것이다.'

p.201
혹자는 내게 약자를 위한 보호막조차 없는 사회에서 왜 굳이 이 처절하고, 외롭고, 질 게 뻔한 싸움에 나섰냐고 묻는다. 내가 아무리 투사가 되어 사회를 변혁하자고 외친들 무엇이 바뀌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적어도 나라는 한 사람은 바뀌었다'고. (박창진, 《플라이백》, 메디치미디어, 244쪽)

p. 216
협력의 진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 번의 응징이 절실하다. 2017년 싸움에 나설 때, 많은 이들이 싸움을 말리며 내게 말했다. 어차피 놔두면 좋아질 텐데 왜 굳이 힘들게 싸우느냐고. 그냥 둬서 좋아지는 경우는 없다.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응징이 필요하다. 호구가 될 것이냐, 투사가 될 것이냐. 다 함께 사는 길은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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