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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제10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by Laurier 2020.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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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9)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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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아버지의 바람으로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나를 데리고 살아가시다 암에 걸리셨다. 그런 나(‘’)은 어머니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놀이터 앞에서 한 살 위 선배와 키스하는 장면을 어머니께 들키고 나는 정신병원에 입원된다. 어머니는 내가 병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병이 아니라 그렇게 동성이 좋았던 것이다. 그런 어머니는 계속 나를 몰아 세우셨고, 절대로 남자들을 못 마나도록 한다.

그런 나는 어느 날 15살 위의 한 때 운동권이었던 남자를 알게 되고 그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와 함께 잔다. 점점 그에게 빠져드는 나와 달리 운동권이었던 자신이 동성애라는 사실을 마음 놓고 드러내고 싶지 않던 그는 결국 내게서 떠나간다.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면서 나는 여러 차례 어머니께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채 내가 그에게 주었던 편지를 첨삭해서 보낸 그의 편지를 화장실에서 찢으며 끝난다.

퀴어 문학은 처음이었다. 한 번에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고, 참 섬세하게 감정을 글로 써내려갔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어머니와의 관계 등을 무척이나 섬세하게 써내려 간 멋진 작품이라 생각한다.

 

김희선, 공의 기원

1882년 인천 어느 항구에 서 있던 꼬마는 처음 보는 날아오는 축구공에 머리를 강타당한다. 그 아이는 축구공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배에서 내린 사람으로부터 그것이 축구공이고 이 다음에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아이는 너무도 가난했고, 현실은 돈을 벌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던 축구공을 깊숙이 숨겨두고 잠시 축구공에 대해 잊고 산다.

이 축구공의 기원은 다시 영국으로 넘어가고 영국의 어느 한 신발 가게 주인에게 우연히 건네졌던 고무가 축구공의 기원이 되고, 그리하여 이 영국인은 토마스 굿맨이라는 상표를 달고 축구공을 만들게된다. 그 공은 불티나게 팔렸지만 어린이들을 착취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결국 그는 망하게 된다.

다시 이야기는 인천으로 올라가게 되고 그 공을 이어받은 박흥수라는 사람이 그 공을 펀자브 지방에서 더 훌륭하게 만들게 된다.

축구공이라는 낯선 주제에 그것에 대한 기원이라는 주제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나름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백수린, 시간의 궤적

프랑스로 유학 간 어느 한 여성이 주재원으로 파견 나온 여성과 어학원에서 알게 되면서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언니, 동생으로 지내게 된다. 주재원 여성인 언니는 동생인 나에게 자신은 한 남성을 사랑했고, 그 남자는 자신이 주재원으로 프랑스로 파견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헤어졌다는 얘기와 그를 잊지 못해 가끔 전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언니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면서 언니에게 더 많이 의지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프랑스 남자를 만나 동거하게 된다. 그와 나는 서로 좋았지만 곧 헤어져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자주 싸웠다. 그러나 언니의 조언으로 결국 그와 결혼하여 살게 된다. 언니는 우리와 여행도 가고 즐겁게 같이 지내지만 결국 언니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나는 프랑스에 홀로 남아야 한다는 현실에 빠져 남편과 자주 다투게 되고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언니는 다시 한 번 아이를 낳으면 달라질 거라는 조언을 해주고 한국으로 들어간다. 나는 결국 아이를 낳고 아이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정신없이 살게되지만 결국 그럼에도 무언가 허전한 것을 가슴속에 품게 된다.

제목 시간의 궤적이라는 의미를 느끼게 하는 서술이 좋았다. 언니와 함께 한 프랑스에서의 시간들. 그 시간의 궤적을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한국으로 들어간 언니. 그 시간의 궤적이 주는 여운은 무엇이었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주란, 넌 쉽게 말했지만

너무나 바쁘게 살았던 나.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면서 그렇게 살지마라!’는 말을 들었던 나. 어느 날 엄마와 함께하면서 여유롭게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렇게 나는 여유롭게 살아간다.

너무 바쁜 나를 이해 못하는 남자친구와도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는 나. 그러다 어느 날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나왔던 석기를 만나게 된다. 그 석기는 나에게 자주 문자를 보내서 만나자고 한다. 그러나 나는 번번히 미안하다고만 한다. 그런 석기가 너 그렇게 살지마라!’라는 문자를 보낸다.

그렇게 살지마라!’는 어떤 의미일까? 이주란씨에게 이 글은 어떤 의미였을까? 작가노트를 읽어봐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가 조금은 이해가 되면서도 너무 복잡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정영수, 우리들

편집 일을 하는 나에게 정은현수커플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의뢰한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이야기라면 한 번 출판해도 괜찮겠다 생각하며 허락한다. 책을 내기 전에 글 수정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나, 정은, 현수는 일에 관해 만날 때도 있었고, 일이 아니어도 만남을 이어가면서 서로 친구가 된다.

이야기의 정점에 도달했을 때 나는 정은현수가 흔한 커플이 아님을, 서로에게 가정이 있는 사이임을 알게된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왈가왈가할 이유가 없다 느낀 나는 그들의 그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정할 것은 수정해주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정은이 나를 혼자 찾아와서 책을 더 이상 안 쓰기로 했다고 한다. ‘정은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편에게 말했고, 남편은 정은이 조용히 정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은현수에게 그 사실을 말했고, ‘현수힘들겠네라는 말을 남긴다.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사랑에 실패한 나는 정은과 현수로부터 애인이 아닌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있었는데 다시 그들은 나에게서 멀어진다. 이런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 충분히 이해가 가고, 제목 그대로 우리들이라는 단어가 정말 우리들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소설이었다.

 

김봉곤, 데이 포 나이트

2008년 대학 시절 영화 작업을 하던 나는 그때까지 내가 게이 성향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러다 선배인 종인을 만나고 그에게 끌린다. 어느 날 영화 작업이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종인에게 교태를 부려 나는 종인과 잠을 자게 된다.

그러나 종인은 게이는 아니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이상한 성적 취향에도 나는 종인 선배가 좋았고 그 선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영화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종인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없다 느낀 나는 결국 그를 떠나게 된다.

또 다른 퀴어 문학. 윤대녕 작가님이 심사평에서 썼듯이 요즘은 페미니즘 문학과 퀴어 문학이 대세인가보다. 이렇게 한 권의 책에서 퀴어 문학을 두 번씩이나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박상영 보다는 좀 더 대범한, 그러면서도 또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국, ‘사랑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미상, 하긴

나는 딸에게 역사를 가르치면서 이상적인 부녀 지간을 꿈꿨다. 그러나 내 딸 보미나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의 딸이 아니었다. 반항을 한다거나, 학폭을 저지를 수 있는 주재도 못 되는 아이였다. 지능이 모자라는 내 딸. 그런 내 딸이 대학에는 들어가야 했기에 학원 선생인 친구에게 학종에 대한 조언을 듣고 이것 저것 알아보다 한국 대학에 필요한 스팩을 얻기 위해 아이를 미국에 있는 대학에 보내게 된다. 그 곳에서 아이는 해먹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 곳에 모인 아이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아이들은 아니었다. 내 딸은 그렇게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따라다닌다. 나는 걱정이 되지만 아이를 두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참이 지나 딸아이는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히피풍의 펑퍼짐한 옷을 입고 다닌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보미나래가 병원에 있다고, 산부인과. 나와 친구들은 함께 병원으로 술 냄새를 풍기며 달려간다. 친구들은 보미나래가 임신한 것 몰랐냐고 묻는다. 나는 친구들에게 보미나래가 미국에서 흑인과 약혼한 사이라고, 나중에 보미나래도 미국으로 다시 들어갈거라고 거짓말을 한다.

보미나래는 흑인을 낳고, 보미나래의 방에서는 그날부터 이상하게 찌린내가 나기 시작하고 자주 집에 안 들어오기도 했다. 나와 아내는 보미나래의 아들 을 돌보다 어느 날 TV다큐에서 나온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 되고, 아내는 보미나래의 방 서랍을 뒤진다. 거기에는 사용한 임신테스터가 무더기로 나온다.

보미나래는 공중 화장실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임신테스터를 주고 망을 봐준다. 그렇게 보미나래는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었고,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딸을 가진 아버지의 이야기. 그럼에도 결국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딸을 가진 아버지.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리 그럼에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보미나래. 보미나래가 진정으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그 아이의 삶이고 그래서 행복하다면 그걸로 되었다는 느낌. 자식이 무엇인지.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진정한 부모인지.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소설이었다.

젊은 작가들이 받은 소설이라 조금은 더 난해하고, 이해가 안 가는, 또는 아직은 미숙한 느낌도 드는 그런 소설들이었지만, 확실히 신선하고, 충격적이고,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들이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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