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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기사를 읽고

by Laurier 2020. 6. 27.

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6/2020062602812.html

 

中卒 아빠, 게임중독 中卒 형제를 직접 가르쳐 서울대로

'어버이날우리 아빠는 무식하고 별 볼일 없는 막노동꾼이다.2006. 5. 8.'노태권(64)씨는 중학교 3학년짜리 첫째 아들이 쓴 어버이날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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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오랜만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공무원인 아버지 밑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노태권씨라는 분은 집안이 여유로웠음에도 난독증이 있어 공부를 제대로 할 수가 없어 공부 잘하는 동생들에게 치이면서 아버지에게 많이 혼나면서 자랐다고 합니다. 어느 날엔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서 냇가를 건너다 아버지가 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냇가에 빠졌답니다. 그 때 아버지께서 아들을 꺼내주시면서 '괜찮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고 그 다음부터는 혼내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바르게 컸던 노태권씨는 그럼에도 난독증으로 인해 중졸로 학교생활을 마쳤고 막노동을 하면서 어느 날 지인을 통해 은행원인 아내분을 만나셨답니다. 아내분은 노태권씨에게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니 글을 배우라고 했고 아내분이 노태권씨에게 글을 직접 가르치셨다고 합니다. 난독증인 노태권씨는 글을 거의 외우다시피하면서 익혔고 그 후 초등 교과서로 공부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던 두 분은 IMF때 경제적 타격을 받고 아내분은 은행을 그만두시고 식당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내분은 계속 노태권씨를 가르치셨다고 합니다.

노태권씨는 그렇게 공부를 하기 시작해서 결국 수능 공부까지 하셨는데 매번 수능 모의고사를 치면 만점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중파 TV에 '공부 달인'으로도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노태권씨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옆에서 같이 힘써주신 아내 덕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필사라는 것이 말이 쉽지 정말 그 많은 책을 하나하나 필사해서 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필사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진심으로 남편을 위하는 마음이 없고서는 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내의 도움으로 공부하는 것이 소개되었을 때 어느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서 돈을 들고 공부 좀 가르쳐 달라고 찾아왔더랍니다. 그것을 아내분이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돈을 받으면서 가르칠 수는 없다'고 거절하셨답니다. 바른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이시네요. 같은 것을 보고도 누군가는 돈으로 해결하려는 분이 있고 누군가는 옳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고 세상 참 다양합니다.

어쨌든 이 기사의 내용은 이러한 분이 아이들을 서울대에 보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서울대에 간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던 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노태권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어버이 날에 쓴 카드를 보고 충격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엄연한 사실이니까요.'라는 문장이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아이들이 뭘 알 수 있었을까요. 단지 보이는 그대로 아이들은 말할 뿐이니깐요. 그럼에도 노태권씨는 절대 실망하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하시고 열심히 사셨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이들이 성적표를 위조하고 있었고 거의 전교 꼴지권이었고 게임에 중독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어머니가 다그치니 아이들이 가출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아들 둘이는 친했기에 둘이서 같이 가출을 하곤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여러 번 가출을 했기에 어느 날 가출할 기미가 보여서 노태권씨는 아이들 몰래 가방에 돈을 넣어두었답니다. 가출한 아이들이 돈이 떨어져서 당황하고 있을 때 가방 밑에 돈이 들어있는 것을 본 후 집으로 돌아와 그 이후 다시는 가출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도 이 분은 화가 나는 대신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노태권씨는 아이들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으므로 아이들 잘못은 없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너는 엄마, 아빠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뭐 느끼는 것이 없니?' 라고 다그치는 부모들이 있다면 이 분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셔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을 다그치기 전에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가가야 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친구로 다가간 노태권씨는 아이들을 어떻게 게임중독에서 빠져나오게 하셨을까요?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막노동을 하면서 자신의 공부도 벅찼을테고 신체적으로도 많이 힘드셨을텐데 아이들을 데리고 걷기 시작하신 노태권씨.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달았겠죠. 누군가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거창한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합니다. 가슴으로 다가가고 직접 행동으로 보이면 된다는 것을 노태권씨로부터 배웁니다.

마지막으로 아들 동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부모가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말. 그 말은 부모가 거창하게 잘 나야 한다는 말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못난 부모라도 열심히,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매력 있는 부모가 아닐까요? '나는 못 났으니 너는 바로 살아라' 라고 백날 말해본들 소용이 있을까요? 진정으로 매력 있는 부모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기사를 읽고 나면 어떤 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공무원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니 머리는 어느 정도 있었을테고, 은행원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니 그 아이들도 나름 머리는 있었겠네. 애들이 서울대에 들어간 거 당연한거 아니야?' 라고요.

저도 순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어도 다 다릅니다. 머리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어도 머리 나쁜 유전자가 섞여 나올 수 있는 것이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부모 밑에서 태어났어도 망태같은 자식이 나오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건 그것에 대해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태어난 것에 대해 원망하고 노력도 없이 그저 인생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태어난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되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 그런 자세를 이 분은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유전적으로 이런 자세도 타고나는거야.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라고 한다면 그것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유전학자가 아니고 아직까지 그런 것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사람들의 자세라는 것은 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변명하거나 안주하는 삶은 살지 말자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주는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이 기사를 보시고 자식들에게 또는 부모들에게 왜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가를 원망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이런 부모, 자식이 되어야 겠다 다짐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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