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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후기

사진을 읽어드립니다 - 김경훈 기자

by Laurier 2019. 11. 17.

'사진은 이제 누구나 쉽게 접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된듯하다'라고 운을 띄우시면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기자님 이야기
퓰리처상을 받게 되면서 관심을 많이 받게 되었고 책은 퓰리처상 발표되기 10일전에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기자님은 책을 내시기는 하셨지만 작가라고 불리기는 그렇고 김기자님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

하는 일은 보도사진이지만 책은 사진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담은 것이라 합니다.

사진은 고등학교때 교내 사진반에서 사진 인화를 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유명한 로버트 카파라는 종군기자의 사진을 보고 사진기자가 되기로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사진기자라는 단어만으로 작가님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듯 하다고 하시면서 어느 인터뷰에 '목숨걸고 사진 찍는 직업'이란 헤드라인이 있어서 당황스러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목숨을 걸고 하는 업은 맞다고 하십니다. 홍콩 시위대 사진을 찍으며 위험하기 때문에 헬멧을 쓰고 찍었는데 그때 쓰신 헬멧에는 따님이 아버지 다치지 말라고 써준 글씨가 쓰여 있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진을 찍을때에는 사진을 찍은 후에 피폭 검사도 받고 격리가 되어 있어야 하기도 했고, 반정부 취재 때에는 동료가 저격수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해야했다고 합니다. 그때 동료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진짜 저널리즘이야.'
라는 말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 등을 취재할때는 감정적으로 힘든 때도 있었고, 중국 베이징 민주화 운동 시위 취재 때에는 공안에 잡혀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목이 '4년 징역형'이라고 떠서 사람들이 4년간 감옥에 있었냐고 놀라기도 했다지만 정작 기자님은 바로 풀려나셨었답니다.

북경 올림픽 200미터 신기록을 세운 경기장에 누워 있는 우사인 볼트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드론이 아니라 베이징 주경기장 옥상에 로프로 몸을 묶고 직접 촬영을 하기도 하셨답니다.

이렇듯 몸과 마음 고생을 하시면서 취재를 업으로 삼고 계시다고 합니다.

요즘은 사진 뿐 아니라 동영상 취재가 많아지고 3D VR 취재도 있어서 현재 사진업의 개념은 새로운 매체가 나오면서 '비주얼 저널리스트(visual journalist)'라는 말이 맞는듯 하다고 하십니다.

비주얼 저널리스트는 팩트인 뉴스를 전달함과 동시에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이기에 시각적인 완성도도 필요로 하고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사람들이기도 하다고 하십니다. 이것이 기자님이 계속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신답니다.

힘들고 어렵고 슬픈 곳을 다니는 곳이 기자님의 업이라고 하시면서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이며,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란 의미에서 이런 업을 가진 사람들을 '비주얼 스토리텔러(visual storyteller)' 또는 '비주얼 히스토리언(visual historian)'이라고 생각하신답니다.

한 장의 사진, 10초의 짧은 비디오, 임팩트 있는 한 편의 기사를 통해 사회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자님은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이 정말 좋다고 하십니다.

기자님이 하시는 일 절반은 뉴스를 찾는 것이고 절반은 스스로 스토리를 찾고 기획을 해서 하는 것이라 하십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중국에 계신 위안부 할머님 두 분을 취재하셨던 적(2015년)이 있는데, 중국에선 8월 15일을 기념하다가 2000년대 초부터 9월 3일을 '전승일'이라고 부르며 중.일전쟁을 승리의 날로 기념하고 피해자들을 전혀 기억하려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분의 이야기를 스토리로 만들어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셨다고 합니다. 전족으로 도망도 가지 못하신 할머님과 눈이 멀었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으셨던 할머님의 방 안에는 온통 아기 사진들이 걸려 있는 이야기가 담긴 사진 소개도 해 주셨습니다.

• 퓰리처상에 대하여
퓰리처 상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여러가지 사진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이 상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받은 퓰리처상은 11명의 기자들이 20장의 사진으로 공동수상한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 사진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이지만 공통점은 모두 아이들을 가진 가족 사진이라는 것입니다. 카메라로 기록한 모습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찾아주기 위한 불법 이민자들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이 20장의 사진 중에서 파키스탄인이 4장의 사진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든 사진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사진(기자님 사진 포함)이라고 합니다. 미국 사회에 캐러밴이 오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린 사진과 딸을 안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속에서 아이의 눈동자가 미래의 불안과 공포를 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진, 트럼프가 세퍼레이션(separation)정책을 펴면서 이민자들의 부모와 아이들을 분리시켜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다가 캘리포니아 사막에 있는 민간이 운영하는 수용소에서 아이들을 교도소 죄수처럼 다루고 있는 사진이 보도 되면서 미국 헌법소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지금은 세퍼레이션 정책을 쓸 수 없게 되었던 사진까지 스토리를 담은 사진 소개가 있었습니다.

기자님의 사진은 불시에 일어난 사건이었고 바로 앞에서 일어난 사건이라서 일단 찍고 전송을 했는데, 사진 찍은 후 안정을 되찾고 그 어머니와 딸의 모습을 인터뷰를 하면서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기자님은 그 사진을 올리고 싶었지만 벌써 전 세계에 처음 찍은 사진들이 보도된 후라고 합니다. 두 번째 찍은 사진에서는 어머니 옆에서 아이가 울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온 모녀의 상황을 표현하기에 더 기자님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기자님 사진 덕에 이 어머니와 아이들은 미국으로 무사히 망명 기회를 얻었고 허가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 사진에 대하여
1. 좋은 사진이란?
좋은 사진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6백만불짜리 전문 사진가가 찍은 사진과 전쟁 모습을 담은 공짜 사진을 보았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사진은 공짜의 전쟁 모습을 담은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다.
이한열 열사 사진과 베트남의 벌거벗은 소녀로 알려진 킴푹 사진은 한 개인의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 사진이었다. (저도 킴푹의 사진과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

2. 사진 찍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는 필름도 스스로 만들어서 찍어야 했고, 필름 만드는 과정에서 중금속 오염, 폭발 등으로 위험하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무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심지어 원숭이도 셀피를 찍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사진 찍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3. 21세기는 동영상의 시대여서 사진의 시대는 끝났다?
사진 기자의 근본이 되는 것은 뉴스에 대한 이해이고 어떻게 그것을 표현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영상은 모든 것을 설명적으로 보여주는 긴 하나의 '소설'이라면 사진은 상징과 심볼로 보여주는 '시'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시대가 되어도 시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동영상의 시대가 되어도 사진 본질의 힘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4. 한 장의 사진만으로 우린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Bang Bang Club'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케빈 카터의 생애를 그린 영화이다. 케빈 카터는 남아프리카의 기아에 허덕이는 쭈그리고 앉아 있는 어린아이의 사진을 찍고 온갖 비난을 받다가 자살한 사진 기자이다. 이 사진 한 장 속에는 갈비뼈가 앙상한 아이가 쭈그려 엎드려 있고 뒤에는 독수리 한 마리가 있는 사진인데,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이 어떻게 아이가 저러고 있고 독수리에게 공격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데 사진을 찍을 생각을 했냐라는 비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그 국가에 전염병의 우려 때문에 정부로부터 현지인과 접촉하지 말라라는 감시 상황이었고 멀리서 줌인 촬영을 했기에 아이를 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을 하고 만 것이다. 따라서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양쪽의 말을 모두 들어봐야 하는 것이고 상황을 모두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5.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이국적이고 새로운 소재를 찾아 떠나야한다?
아니다. 우선 가장 가까운 가족 사진부터 찍어라. 가장 아름다운 소재는 바로 우리 옆에 있다. 한 사진 강사는 시각장애인에게 사진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소재를 주고 사진을 일단 찍어오라고 한다. 그러면 시각장애인들이 그 소재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오면 도우미들이 그 사진을 이야기로 설명해 주고 시각장애인들은 그것을 귀로 듣고 기억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사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결국 사진을 '이야기를 담는 도구'로써 가르쳐 준 것이다.

6. 사진으로 타인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데 올바른 소비를 하고 있는가?
최근 이민자 아버지가 강을 건너다 물살에 밀려 아이와 함께 물에 익사한 사진이 있었는데 뉴스위크지에
'stop posting, take action'
이라는 글이 있었다. 우리는 이런 사진을 보면 '좋아요'를 받기 위해 먼저 포스팅부터 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런 사진을 보고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액션을 취하고 한번쯤 이 문제가 옳은지 그른지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지 좋아요를 받기 위해, 나를 과시하기 위해 사진을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 사진 잘 찍는 팁 (John G. Morris. 1916-2017)
1. 사람을 찍으려면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한다.
2. 구성하고 앵글을 잡아낼 수 있는 눈을 가져야한다.
3. 무엇을 찍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뇌를 가져야한다.

사람들은 1, 2는 가지고 있지만 3번째 능력은 없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무엇을 찍는지 모르니깐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기교나 아름다운 사진을 찍으려하기 보다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생각하며 사진을 찍으면 사진 찍기가 훨씬 재미있고 보람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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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정말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줄 수는 없기에 많은 생각을 해야겠고, 그것에 대한 자료를 모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사진 한장을 담기 위해서도 나름의 스토리텔링의 편집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사물 사진 찍는 것은 좋아하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강연이었고 기자님의 강연에서도 사람의 마음, 스토리를 만드시는 따뜻한 마음을 보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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