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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방언정담 - 한성우

by Laurier 2019.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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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정담

국어학자 한성우와 함께하는 방방곡곡 우리말 답사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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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음운학과 방언학을 연구하시는 국어학자 한성우 교수님이 전국 각지와 두만강 근처 중국 변방, 카지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직접 다니시면서 사람들에게 사라져가는 방언을 묻고 기록한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사라져가는 방언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고, 우리말이 어떻게 바뀌는지 등을 참 재미나게 들려줍니다.

방언을 알기 위해서 며칠씩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고, 말도 통하지 않는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누시면서 알게 된 방언들을 이야기 식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 말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고, 지금 쓰는 서울 말도 사실은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니었다는 것 등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 중 93세이신 어느 서울 토박이 할머니의 얘기가 나오는데 참 먹먹하면서도 가슴 따스함을 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17세 나이에 시집 오셔서 집에 일을 할 스물세 식구가 있었어도 할머님이 하시는게 나으시다면서 혼자서 그 스물세 식구 뒷치닥거리를 하시고 6.25 전쟁 난리통을 겪으시면서도 잘 살아 오신 할머니 얘기입니다. 할머니는 글씨 쓰시는 게 취미이신데 떠오르는 생각을 `가사체`로 기록하신다고 합니다.

전쟁 통에 총알이 날라다니는 것을 몸으로 겪으시면서 총알 껍데기를 모아 파시던 중 총에 맞아 죽은 병사의 몸을 할머니가 위험을 무릅쓰고 일일히 거두고 다시셨답니다.

왜 그러셨냐 여쭈니, `신체라도 부모한테 돌려보내야 할 거 아니냐. 다른 사람들이 신체 가지러 갔다가 또 총 맞으면 어떡하냐, 내가 하는게 낫다.`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자신을 희생하는 솔선수범을 스스로 보여주신 분이시죠.

이 할머님의 전쟁경험은 BBC에서도 취재해 갈 정도로 생생했다고 합니다.

이 할머님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살고 계셔서 교수님이 과자와 음료를 챙겨가셨다는데 할머님께서 드시지 않더랍니다. 그러더니 교수단이 갈 때 이거 안드실거면 놔두고 가시라고 수줍게 말씀하시길래 속으로 할머님께서 수줍어서 못드셨나보다 하셨답니다. 근데 알고 보니 그걸 할머니가 드시려 했던 것이 아니라 모아서 비둘기를 주시더랍니다. 당신은 일을 해서 먹을 수 있지만 비둘기들은 당신이 아니면 굶어 죽는다면서요. 할머님의 행동을 통해 인류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할머니의 따뜻한 이야기는 방송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답니다. 교수님은 오히려 할머니로부터 얻은게 많았는데 할머님께서 더 고마워하셨답니다.

몇년 후에 할머니로부터 손 편지를 받으셨다는데 그 편지를 고이 간직하고 계시답니다. 이 책에 그 편지 그대로를 실으셨네요.

한성우 교수님께서 할머님의 이야기를 방송국에 내보내려고 애쓰셨는데 할머님은 '나 같은 사람이 나갈 곳이 아니다'며 극구 사양하다가 교수님이 얘기 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미안한 나머지 교수님께 쓰신 편지랍니다.

편지글 속에서도 할머님의 미안한 마음이 전해져 오고 당신을 낮추어 남을 빛내고자 하는 마음이 드러나네요.


이 책은 제목은 마치 언어학적인 책인듯 보여 딱딱할 것 같지만 속 내용은 어마어마하게 가슴 따뜻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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