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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진화한 마음 - 전중환

by Laurier 2019.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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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마음

현대 도시인의 일상을 진화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친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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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정말 그토록 많은 세월을 거쳐 우리 몸의 DNA를 통해 자연선택으로 인해 우연히 축적된 진화의 세계가 엄청나다는 것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 축적된 진화가 몇 초도 안되는 사이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배우자, 내 몸을 지키기 위해 피해야 하는 것들을 알아내고 행동하게 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도 문학적인, 신화적인 가치로만 존재하는 것이지 유전학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음을, 그리하여 유전적인 것보다 문학적인 것이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엄마의 모성애라는 것도 오히려 침팬치류 등에게서만 유독 나타나는 현상, 즉 엄마가 아이를 독점적으로 돌보고 있는 것이지, 인간 사회에서는 아이를 혼자 키우기엔 비용 부담이 커서 가족 전체가 돌봐야 하는 것이 맞는데 유독 유교사회, 중국, 일본, 한국에서만 아이의 육아를 엄마에게 일임하여 죄인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유전과 문화는 때로 공존하면서도 문화적, 사회적 힘이 유전자의 힘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혈육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우리는 타인을 돕는다고 한다. '내가 너를 도와줄게, 너도 나를 도와줘!' 라는 개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 뿐만 아니라 어떤 누군가를 돕고 있는 제 3자의 평판을 들었을 때에도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잘 몰라도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 하기 때문에 타인을 많이 도우면 나도 도움을 받을 확률이 크기 때문에 타인을 돕는다고 한다.

우정은 일종의 보험이라는 것. 혈연이나 유전자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있을지 모르는 위기에 내 편이 되도록 보험을 드는 쪽으로 진화했을 거라는 가설도 있다.

폭력이 인간 본성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있다고 한다.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끔 타인의 공격을 사전에 억제하는 기능으로서의 폭력, 지위 서열 내에서 본인이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지위를 지키려는 영향과 능력이 충분함을 남들에게 똑똑히 각인시키기 위한 폭력 등. 작가는 그러나 이러한 폭력이 진화된 인간 본성의 일부라는 인식이 폭력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제공하기 위함이 아니라 폭력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유용한 방법론을 알려준다고 하지만 그 유용한 방법론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지 않고 있어 잘 모르겠다.

인간의 본성은 정해진 지배자 계급이 따로 없는 평등주의였다는데 오늘날의 갑질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것은 약 1만 년 전에 농업이 시작되어 잉여생산물이 생기면서라고 한다.

학습과 진화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대해 다룬 장이 가장 인상 깊었으면서도 가장 어려웠다. 학습은 경험과 관련된 개인적인 현상이라 하지만 경험과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나타나는 본능적 행동도 없다고 말한다. 학습된 행동과 진화된 행동을 상반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유발된 문화와 전달된 문화의 차이를 통해 지역간의 차이가 문화적인 차이때문이라고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한다. 즉, 문화적인 차이라는 것은 병원균, 가뭄, 기후 같은 생태적 환경뿐만 아니라 동성 간의 경쟁, 성비, 경제적 불평등 같은 사회적 환경도 보편적인 심리 기제에 입력되어 각 지역에서 다른 결과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는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심리적 적응에서 유래한다는 뜻이다.

도덕성에 관련된 얘기도 진화의 역사로 풀어내고 있다. 과거 우리 조상은 대개 100여 명 남짓한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인류 진화 역사상 제 삼자는 나와 동떨어진 관계가 아니라, 유전자를 공유하는 혈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삼자간의 수간, 동성 성교, 근친상간 등은 내 유전적 성공도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 삼자의 자기파괴적 행동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처벌하려는 심리 기제가 진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모든 도덕성에 대한 질문들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의 경우는 현대병이며 자기 방어기제와 면역체계와 관련이 있어서 자신의 병원균을 밖으로 퍼뜨리지 않으려는 경향에서 혼자 있게 되고 숨는 경향이 나타나고,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기력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조현병은 환경의 문제라기 보다 유전적 문제가 더 크다고한다. 수렵-채집 생활에도 이런 조현병은 있었고 유전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이 적었기에 해로운 유전자들은 다 없어져야 했음에도 아직까지 조현병이 많은 이유를 매슈 켈러(Matthew Keller) 박사는 '흔하고, 해롭고, 유전되는 정신 장애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조현병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어떤 이득이 있기 때문일거라는 가설들도 많았지만 밝혀진 것이 없었고 결국 하나의 가설은 1퍼센트라는 돌연변이 때문에 조현병 환자가 꾸준히 유지된다는 설명 뿐이다. 남성의 정자가 15세에 35회, 50세에 840회, 75세에 1,500회의 세포분열을 일으키기에 복제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 조현병은 나이 든 아버지를 둔 자식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정말 인간의 본성은 자연선택에 의해서 우연히 만들어진 진화이지만 그 진화한대로 인간이 맞추어 정당화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마지막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진화의 역사를 통해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몫이란 생각이 든다.

p. 137
왜 평균적인 얼굴이 매력적이라고 여겨질까? 미간 거리가 너무 길거나 짧으면 사물의 깊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코가 너무 크거나 작으면 제대로 호흡하기 어렵다. 얼굴 각 부위의 개체군 평균값은 그냥 그렇게 정해진 게 아니라 자연선택이 그 부위가 담당한 기능을 잘 수행하게끔 최적화한 수치다. 즉, 어떤 사람의 얼굴이 평균적이라면 그 사람이 건강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자질을 지님을 뜻한다.

p. 165
친자식은 1/2만큼의 나다. 친형제도 1/2만큼의 나다. 조카는 1/4만큼의 나다. 사촌은 1/8만큼의 나다. 따라서 친동생이 급하게 청하는 부탁은 웬만하면 선뜻 들어줄 수 있다. ~~ 요컨대 피붙이에 대한 호의는 미래의 그 어떤 보상도 기대하지 않는 이타적 행동이다.

p. 167
이타적인 행동은 상대방이 얻는 이득을 상대방과 나와의 근연도를 곱해서 삭감한 값이 내가 입는 손실보다 클 때만 선택된다. 근연도가 0이면 아무리 손실 대비 이득이 커도 선택될 수 없다. 혈연관계는 근연도를 양수로 만들어서 이타적 행동이 선택될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p.188
인간의 아기는 다른 유인원보다 두뇌가 더 무겁고, 더 일찍 태어나고, 성장기가 더 길고, 출산 간격은 오히려 더 짧아서 어머니 혼자서 키우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대행 어미도 자녀 돌보기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인류가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p. 221 ~ 222
사람들은 남을 잘 돕기로 이름난 사람을 파트너로 더 선호하고, 그에게 먼저 다가가서 상호 협력을 시작하려 할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내가 남을 잘 돕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나 있을수록 나는 이득을 얻는다. 바로 간접 상호성이다. ~~
직접 상호성에서는 얼굴이 필요하다. 간접 상호성에서는 이름이 필요하다.

p. 242
깨물고, 때리고, 발로 차고, 밀고, 위협하고, 물건을 빼앗는 등 폭력적인 행동의 발생 빈도는 만 두 살 정도의 유아기에 절정에 달한다. ~~ 즉 인생에서 가장 폭력적인 시기는 질풍노도의 사춘기가 아니라 만 두 살 된 유아기라는 것이다.

p. 265
남성들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신붓감으로 원하는 까닭은 유전적 진화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학습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행동과 후천적으로 학습된 행동, 이 이분법은 뿌리가 깊다. ~~
학습은 경험을 통해 행동이 변함을 말한다.

p. 289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문화적 요소(지식, 가치, 신념 등)가 사회적 학습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전달됨에 따라 점차 복잡하고 정교화될 수 있다.

p. 295
문화가 생물학과 무관하다는 오해는 이제 바로잡혀야 한다. 문화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심리적 적응들로부터 유래한다. 즉, 문화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이다.

p. 380
외부인에 대한 혐오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자연선택이 공들여 만들어낸 심리적 적응이자 인간 본성의 일부이므로, 예멘 난민에 대한 차별은 도덕적으로 정당할까?
그렇지 않다! 외부인에 대한 혐오가 인간 본성의 일부가 된 까닭은 어디까지나 그러한 기피 행동이 진화적 과거에 '어쩌다 우연히' 조상들의 번식 성공도를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외부인에 대한 혐오가 수백만 년에 걸쳐 전수된 고대의 지혜이자 절대적 진리여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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