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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 이미경(글, 그림)

by Laurier 202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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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으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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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혀져가고 공간 조차도 사라져가고 있는 옛 구멍가게들만 찾아다니며 그림으로 남기고 있는 이미경 작가님의 글과 그림이 있는 책이다.

그림이 일상이고, 일상이 그림이라고 말하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은 따로 없다. 그저 아이들 키우다, 남편과 이야기 하다, 청소하다, 그렇게 자신의 일상공간인 집에서 틈나는 대로 그림을 그리며, 그렇게 곁에서 지켜봐 주는 가족에게 감사하며 눈물나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

펜촉으로 그려낸 그림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인데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그림과 함께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다.

지금의 카더라 통신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싶은 동네 구멍가계 앞 평상. 지금은 카더라 통신원들이 사라진 편의점들이 대신하고 있는 그 자리. 그렇게 사람 한 명 지나가면 뚫어져라 쳐다보시던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지금 다들 무엇을 하시는지...

예전 길음동 3층집 옆에도 오래된 구멍가게가 있었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가끔 꿈에 나와 그 속에서 별별 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 그 구멍가게가 그리워진다.

131 페이지에 있는 화가님 말씀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p. 10
신작로에 있는 구멍가게에는 남녀노소, 동네 사람, 외지인 할 것 없이 무수한 사람들이 오고 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생겨나 '그래서, 그랬데, 그러더라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가지처럼 자란다. 때로는 부풀려진 소문에 오해와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p. 17
어린 시절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서 지내는 때가 많았다. 그러다 이 무렵에야 가족이 함께 모여 살게 되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나에게 서울의 구멍가게는 별천지였다. 달달한 불량식품 가득한 신세계였다.

p. 33
칠남매 중 외할머니를 가장 많이 닮았다는 우리 엄마가 올해 고희를 맞으셨다. 엄마 얼굴에서는 외할머니의 모습이 보이고 나는 점점 엄마를 닮아간다.

p. 88
내 그림엔 평상이 단골로 등장한다. 평상은 함께 앉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나눠 앉을 수도 있고 둘러앉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다. 누군가의 다리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제 내가 앉았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는다고 뭐라 할 수도 없다. ~ 평상은 나눔의 자리다. 가게 앞에는 평상이 하나씩 있다.

p. 124
봄의 햇살 일렁이는 꽃그늘 아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어르신들의 미소를 보다 보면 '아, 이 또한 인생의 봄날이 아니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
삶은 매 순간 피어나는 꽃이다.

p. 131
인공지능 컴퓨터 화가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회화는 영원하다'고 외치고 싶다. 비록 주저하더라도 불확실한 일에 끝까지 매달리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어리석은 모험이기 때문이다.

p. 164
건축은 시대를 반영한다. 내가 말하는 건축은 그 시대에 살았던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집과 공간이다. 과거의 터전이 낡고 오래되었다고 스스로의 터를 죄의식 없이 갈아엎고 부순다면 진짜 사라지는 것은 우리의 과거요, 추억이요, 고향이요, 자아일 수 있다. ~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복원과 보존으로 우리 삶의 근본과 맥락을 찾아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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