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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걷는 사람 하정우 - 하정우

by Laurier 202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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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책다시숲 리커버 에디션)

문학동네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숲 살리기 프로젝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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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걸으며 살아가고 있는 듯한 하정우님. 정말 '놀면 뭐하니?' 처럼 '앉아있음 뭐하니?' 라는 마음으로 걷고, 움직이고, 움직이면서 명상하고 움직이면서 자유를 얻는 진정으로 걷는 사람 하정우다.

하루 만보도 성에 차지 않아 하루 삼만보를 걷는 사람. 출퇴근 길에 내 몸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물건들 보다 내 스스로 내 몸무게를 지탱하며 두 발로 걷는, 그야말로 나는 직립보행인이다를 보여주는 사람 하정우.

하와이에서의 깨달음. 진정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하고 멍청하게 있는 것이 아님을... 진정 여유롭게 움직이며 자신을 다시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내서 깨달음을 얻으며 쉬는 하정우.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구두는 거의 신지 않고 운동화만 신었다는 하정우. 나도 출퇴근 시간에 걷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 가장 편한 할머니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을 신고 다닌다. 가장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회원들과 10만보의 날을 정해 걷기도 한다고 한다. 하루 20시간을 걷는다는 얘기다. 하루 1만보도 어려운 이들에게 하정우의 10만보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 분은 걷기를 게임 레벨 올리듯이 하는 듯하다. 이 10만 보 걷기를 해낸 다음의 희열은 정말 대단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었을 마음을 다듬으며 이루어낸 결과. 이런 사람이 무엇인들 못하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하정우님의 말에 100퍼센트 공감한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흔히 방황을 하며서 약에 술에 중독되어 어려운 삶을 살고, 본인의 자아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하정우님처럼 건강하고 바르게 사는 예술인들도 있다.

항상 걷기때문에 늘 피곤한 하정우님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져도 다른 사람처럼 진탕 놀고마실 수가 없단다. 너무 졸려서.. 그래서 12시면 졸려서 집에 가기때문에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붙었다한다. 참 좋은 별명이다. 하정우님에게 유리구두를 선물하고 싶다. 아니, 그럼 걷지를 못하겠구나...

걷기 전에 '재판'을 먼저 받아야 한단다. 하정우님과 그 팀원들이 하와이 여행에서 걸을 때 쓰는 표현이란다. 바로 아침 먹은 후 화장실 볼일 보기. 그게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걷는 중에 재판 신청을 받아야하니 반드시 재판을 받은 후 걷기를 시작한단다. 너무 재미있는 표현이다.

이 책에서는 걷는 얘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집밥 하선생도 나온다. 잘 걷기 위해 잘 먹는것을 원칙으로 하는 하정우님은 직접 음식을 요리해 먹는데 그 수준이 심상치 않다. 요리에 대해서도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일단 내 몸이 힘들더라도 한 발만 내딛으면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가장 힘들 때도 일상처럼 무언가를 정해야 한다는 것. 정말 좋은 말이다. 정신과 의사들도 자신만의 루틴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하정우님이 배우로서 감독으로서의 삶을 얘기할 때도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임이 보이고 혼자 있을 때도 흐트러짐 없이 지내려 노력하는 모습도 우리 옛 선비를 상상하도록 한다.

걷기만 하는 하정우가 아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실속 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수요일 마다 모여 그냥 간단히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도 갖고 있다 한다. 아무리 봐도 정말 건전한 사람이다.

'허삼관'을 감독한 후 '배우만 하세요'라는 소리를 듣는 실패를 하였어도 그것을 실패가 아닌 교훈으로 삼는 사람. 정말 모든 것을 올곧게 깨우쳐 가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그저 묵묵히 걸어가려고 노력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 하정우 에게 박수를 보낸다.

• 신이시여! 당신께서 예비하고 계획하시는 일,그저 묵묵히 따라 걸어갈 수 있도록 제게 건강한 두 다리만 허락해주십시오.

• 가끔 내 큰 머리에 어지러운 생각과 고민이 뭉게뭉게 차오르기 시작할 때면, 그 생각이 부풀어 머리가 더 무거워지기 전에 내 왕발이 먼저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머리 큰 내가 발까지 큰 건 분명 축복이다.

•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 많은 사람들이 길 끝에 이르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농담처럼 시작된 국토대장정은 걷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리가 길 끝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내 몸의 땀냄새,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꿉꿉한 체취, 왁자한 소리들, 먼지와 피로, 상처와 통증…… 오히려 조금은 피곤하고 지루하고 아픈 것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 그러다 그 미술평론가의 고마운 지적을 계기로 ‘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려야겠다! '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물론 뉴욕에서 받은 성적표는 처참했다. 팔린 그림 한 점 . (그리고 뉴욕 갤러리에서는 통 연락이 없었다……) 그러나 그 사건은 분명 내게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그후 나는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려나가기로 했다. 그림도, 또 내 인생도.

•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 하와이에 가면 나는 자연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이 지구, 이 땅의 일부라는 안정감을 느낀다. 하와이의 자연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위로해주는 힘이 있다.

• 만약 내 인생에 ‘마지막 4박 6일’이 주어진다면, 난 진심으로 뭘 하고 싶은가? 결론은 걷기였다. 나는 몸을 움직여 계속 걷고 싶었다.당신은 어떤가? 4박 6일이라는 애매한 기간이 당신의 인생에 마지막으로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 아,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구나. 아프고 힘들어도 나를 일으켜서 조금씩이라도 움직여야 하는 거였구나.

• 지치고 피로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곧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 나는 한참 더 걷고 싶은데, 개들은 삼사십 분만 걸어도 지쳐서 더는 안 걸으려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산책 좋아하는 개들 때문에 체력이 달려서 끌려다닌다고들 하는데, 나는 반대다. 길 한가운데 배를 깔고 푹 퍼진 개들을 억지로 끌고 갈 순 없어서, 처음에는 자주 품에 안고 들어왔다.

• 10만 보 걷기란 약 84킬로미터를 하루 만에 걷는다는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의 두 배 정도 되는 거리이고 보통 걸음으로 약 스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 그러니 어쩌면 한 걸음 한 걸음은 미래를 위한 저축 같은 것이다. 지금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이고 오히려 괴롭기까지 하지만 훗날 큰 감동과 의미를 선물해주니까.

• 죽을 만큼 힘든 사점을 넘어 계속 걸으면,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

• 쌀뜨물로 끓인 미역국은 곡물에서 배어난 고소한 맛이 해산물과 고기를 휘감아서, 한 차원 다른 국으로 업그레이드해준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집안에만 머물고 싶은 날. 집밖이 왠지 낯설고 오직 내 방만이 안전하게 느껴지는 날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아침이면 나는 생각을 멈추고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몸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생각이 무거운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일단 몸을 일으키는 것.다리를 뻗어 한 발만 내디뎌보는 것. 이러한 행동들이 매일같이 이어져 습관이 되면 그다음부터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일어나 걸을 수 있다.

• 루틴이란 내 신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얼마나 골치 아픈 사건이 일어났든 간에 일단 무조건 따르고 보는 것이다.

• 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오늘도 쉽지 않은 하루였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그래서 오늘도 기도하듯 다짐하듯 말해본다. '힘들다. 걸어야겠다.'

• 그렇다면 나는 어떤 영화제작자가 될까? 나는 배우와 감독을 모두 겪어보았기에, 그들의 눈에 제작자가 어떻게 비치는지 잘 안다. 나의 포지션을 정확히 알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 의자를 조용히 비울 줄 아는 제작자가 되고 싶다.

• 말에는 힘이 있다. 이는 혼잣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결국 내 귀로 다시 들어온다. 세상에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은 없다. 말로 내뱉어져 공중에 퍼지는 순간 그 말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비난에는 다른 사람을 찌르는 칭찬에는 누군가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말을 최대한 세심하게 골라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내보내야 한다. ~~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언령言靈’이라 부른다. 언령은 때로 우리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권력을 증명해 보이고, 우리가 무심히 내뱉은 말을 현실로 뒤바꿔놓는다. 내 주위를 맴도는 언령이 악귀일지 천사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십 분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 모든 답은 결국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 요즘 나는 기도할 때 내 소원을 열거하지 않는다. 그저 신이 내게 맡긴 길을 굳건히 걸어갈 수 있도록 두 다리의 힘만 갖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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