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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 간다 - 임희정

by Laurier 2020.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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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오랜 시간 부모에 대해 침묵해온 임희정 아나운서가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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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난해서 국민학교를 중퇴하고 막노동을 하시는 아버지와 집안 일을 하시는 어머니의 자식으로 살아 온 한 아나운서의 에세이다.

어린시절 그런 부모님을 감추고만 싶었고, 아나운서가 되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의 부모와 자신의 부모를 비교하면서 잘못된 선입견으로 자신과 부모를 감추려만 했던 딸은 결국 그런 고마우신 부모님이 틀리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힘들어 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너무 일찍 철 들어버린 그녀는 항상 마음 속에 응어리 진 무언가를 담고 살았겠구나... 그럼에도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자신의 열등감도 치유하지 않았을까 싶어 가슴이 메이기도 한다.

자식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며, 응석 한 번 제대로 부리지 않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또 오죽했을까... 읽는 내내 우리네 인생 같아 계속 눈물이 차오른다.

부모님의 의지대로 4년제 대학 통지서를 찢고 전문대 들어가서 직장을 다니다 도저히 아나운서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스스로 돈벌어 노력하면서 꿈을 이뤄낸 아나운서. 정말 그 부모님도 아프고 그녀도 아픈 삶을 꿋꿋하게 잘도 견뎌낸 사람이라 더욱 더 절절하게 다가온 이야기였다.

어느 부모가 자식 잘못 되기를 바랄 것이며, 어느 자식이 부모를 마냥 원망만하랴. 우리 모두 그렇게 가슴 아픈 관계 속에서 서로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해 준 이야기라 자식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 봤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자식이 되었어야 할 나이에 이 책을 덮고 생각한다. 나는 겨우 자식이 될 수 있을까...

p. 21
기적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나를 키워낸 부모의 생,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

p. 31
그러다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면 이내 정확한 내 이름 석 자와 오빠의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다. 아들과 딸의 이름은 정확하게 새겨져 있다. 자신의 이름과 함께 그 이름들만큼은 바르게 쓰고 싶으셨을 것이다. 자식의 이름만큼은 여러 번 썼다 지우기를 반복해 쓰셨다.

p. 36
자연스럽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할 일 없으면 막노동이라도 해!'라며 막노동을 일의 끝으로 치부하는 누군가의 무심한 한마디였다. 그것은 아빠의 유일한 할 일이었다.

p.41
이 폭염 속 뜨거운 공사현장에서의 노동이라니. 나는 차마 상상으로라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은데, 소금을 퍼먹으며 일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날 밤 펑펑 울며 밤을 지새웠다.

p. 85
사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였고 사지 못할 이유는 한 가지였다. 바로 돈. 팔십오만 원. 시장에서 장을 볼 때 만 원 한 장에도 벌벌 떠는 엄마인데 여든다섯 번을 벌벌 떨 만도 했다.

p. 87
아빠가 한 달에 한 번 노동 값으로 받은 월급을 엄마에게 내밀 때면 엄마는 그 돈뭉치를 받아들고 속으로 결심하셨을 것이다. 이 돈을 최대한 적게 그리고 오래 쓰리라. ~~ 엄마는 버는 것 대신 아끼는 것으로 돈을 마련했다.

p. 107
자식은 항상 부모보다 늦다. 후회는 말 그대로 항상 뒤늦게 오는 감정이어서, 도저히 앞으로 오는 법이 없어서, 너무나 늦게 부모의 일상을 알아차리며 뉘우칠 뿐이다.

p. 129
한때의 결핍은 강한 욕구가 되어 나를 살게 했다.

p. 139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란 줄 알았던 지난 내 삶은 알고 보니 부모의 사랑으로 차고 넘치는 날들이었다.

p. 155
통화 중 짜증 낸 정도만큼 전화를 끊고 나면 눈물이 난다. 누군가의 말귀를 잘 알아들어도 자기 고집을 피웠던 젊었을 때의 아빠와 이제 누군가의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순해진 늙어버린 아빠 중 어느 편이 더 나을까?

p. 172
나는 결국 새우깡 한 주먹과 메로나 하나를 겨우 먹고 다시 내려갈 채비를 한다. 커버린 딸의 입맛은 변했고, 늙어버린 부모의 자식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p. 197
딸이 어른이 되고 그 어른이 결혼을 하고, 엄마의 자리를, 엄마의 생활을, 조금씩 이해하게 될 때면 더 이상 엄마가 애잔하지만은 않다. 그랬구나. 이해하게 된다. 이해는 인정의 다른 표현이라 나는 엄마를 인정하며 점점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들을 산다.

p. 240
진심 어린 마음 앞에 이해받지 못할 건 없으니 이제 부모를 연습시키는 일은 다신 없을 것이다. 우리 엄마 아빠가 어태서. 다 아무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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