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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by Laurier 2020.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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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가 일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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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오두막에 대 가족과 함께 살던 6살 카야. 어느 날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행, 폭언을 못 견뎌 여행용 가방과 하이힐을 신고 혼자 떠나버린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카야는 엄마를 부르려 했지만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이후 같이 살던 나이 많은 언니, 오빠들 조차도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지 못해 카야를 데려갈 생각도 없이 전부 떠나버린다.

오두막에 아버지와 단 둘이 남게 된 카야. 작은 소녀는 울지 않으려 애쓰며 아버지에게서 최대한 들키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은 채 늪지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살아간다.

항상 가슴 속에 덩어리가 있는 듯해서 숨쉬는 게 힘겨웠던 카야는 어느 날 혼자 아버지 보트를 몰고 나가다 오빠 친구 테이트라는 소년을 만나면서 가족이 떠난 이후 처음으로 상처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테이트와 다시 만나고 싶다 생각한 카야는 아버지의 보트를 타기 위해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아버지를 위한 요리를 하면서 뜻하지 않게 아버지와 진정한 가족 사이의 정을 잠시나마 나누게 된다.

이후 엄마로부터 온 편지를 받은 아버지는 편지를 불태워 버리고 카야를 홀로 남겨둔 채 떠난다. 카야는 홀로 늪지에서 다시 또 외롭게 살아간다.

이야기는 1952년과 1969년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던 와중 1969년 늪지에서 변사체 하나가 발견된다.

그 후 2개월 뒤 1970년에 카야는 법정에서 범인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카야가 범인일까? 카야를 농락했던 체이스의 어머니가 범인일까? 아님 어릴 때부터 카야의 의식(衣食)을 책임지면서 도와주었던 흑인 점핑 아저씨일까? 그도 아님, 카야에게 온 마음을 쏟았던 테이트일까?

카야의 아버지 어머니가 1930년생이다. 인종차별이 있고, 전쟁으로 얼룩진 삶이 있는 시대였고, 카야가 태어난 시기 또한 여전한 인종차별과 무지의 시대였다.

그런 카야가 늪지에서 옆에서 지켜 주고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가족도 없이 홀로 성인이 되는 법을 배우며 사랑을 알아가지만 철저히 외로움에 빠져 살아가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어른이 옆에 있어도 우리 모두는 그렇게 홀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의미에서 이 소설 속 주인공 카야는 우리들 안에 있는 '나'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 곁에 있던 없던 그렇게 외로움을 견디며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첫 부분부터 빠르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한 아이의 성장 이야기. 늪지는 우리인간 깊은 곳의 비밀을 간직한 공간이 아닐런지.

중간 부분의 러브스토리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마지막에서 인간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법정 장면들로 다시 속도를 더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외로움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p. 73
하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보트를 써도 좋으냐고 물으면 아버지는 카야가 대가를 바라고 요리하고 청소했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실제로는 그렇게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왠지 다른 기분이 들었다. 카야는 가족처럼 함께 앉아 밥을 먹는 게 좋았다. 누군가와 말하고 싶다는 갈망이 절박해졌다.

p. 98
이미 어둠을 본 카야는 빛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p. 109
어떤 꿈들은 그냥 빛이 바래고 사라지기 마련인가보다.

p. 116
새가 다치거나 해서 무리의 다른 새들과 다른 모양이 되면 포식자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새들이 죽여버린다는 얘기를 조디한테 들은 적 있었다. 동족까지 덤으로 죽이는 독수리가 꼬이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p. 127
깃털 놀이 이전에 외로움은 당연히 몸에 항상 붙어 있는 팔다리 같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외로움이 카야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가슴을 짓눌렀다.

p. 179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의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p. 184
외로움은 점점 커져 카야가 품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카야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 존재, 손길을 바랐지만, 제 심장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었다.

p. 247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p. 264
카야는 체이스를 잃었기 때문에 슬픈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거절로 점철된 삶이 슬펐다. 머리 위에서 씨름하는 하늘과 구름에 대고 카야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인생은 혼자 살아내야 하는 거라지.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 사람들은 결코 내 곁에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야.'

p. 295
인간도 그래. 지금 우리한테 가혹해 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거야. 아직도 우리는 그런 유전자와 본능을 갖고 있어서 특정한 상황이 닥치면 발현되지. 우리의 일부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그 모습 그대로일 거야. 생존하기 위해 했던 일들, 까마득하게 오랜 옛날에도 말이야.

p. 340
암컷 반딧불은 허위 신호를 보내 낯선 수컷들을 유혹해 잡아먹는다. 암컷 사마귀는 짝짓기 상대를 잡아먹는다. 암컷 곤충들은 연인을 다루는 법을 잘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p. 352
'죽을 때를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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