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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후기

이름 없는 사람들 - 박영

by Laurier 2020.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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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사람들

빛과 그림자의 공존이 필수불가결적인 것처럼, 화려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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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어린 '나'에게 어느 날 '재'라는 사람이 찾아와 아버지가 빚진 돈을 갚지 못했으니 그 빚을 '나'가 갚아야 한다며 나의 아버지가 된다.

'재'는 어린 아이에게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몇명인지 세라고 훈련시킨다. 어린 '나'는 '재'가 적어 준 쪽지의 숫자가 '0'이 되어 자유로워지는 그날을 위해 사람들의 목소리, 얼굴에는 상관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숫자를 센다. 오로지 표적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그렇게 '나'는 '0'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면서 재가 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재가 시키는 일은 시위로 얼룩져 이제는 잊혀진 도시에서 일어난다. 그 곳에는 식인귀가 나타난다는 소문으로 모두가 두려워하는 곳이다.

마치 느와르 영화 한 편을 본듯하다. 이야기 첫 장면부터 강한 영상을 보는듯 했고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스토리 구성이 좋았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내용은 누가 봐도 뻔하겠구나.. 란 생각이 드는 책이지만 단 번에 읽어 내리게 해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필력은 대단하다 말하고 싶다. 또한 독자가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글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0'이 의미하는 것, 제목을 '이름 없는 사람들'로 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역시 굉장한 작가의 작품을 출판해 주었단 생각이 들었다.

p. 21
나는 거미를 그곳에 영원히 붙잡아둔 것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그것은 나비였을까, 아니면 나비를 향한 거미의 간절한 갈망이었을까. 그게 무엇이었든, 거미가 공들여 잡게 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p. 69
아버지는 말했었다. 투견은 사람 손을 타면 안 되는 거라고. ~~ 그래서 아버지는 투견들에겐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다. 투견들은 그냥 검은 개나 흰 개로 불렸다. 그러므로 그날 흰 개는 나 때문에 죽은 것이었다. 나는 흰 개의 눈을 바라보지 말았어야 했다.

p. 146
재는 그동안 무지하고 나약한 나의 영혼에 거짓된 환상을 심어놓았다. 그것은 자유에 대한 약속이었다.

p. 160
암흑에 있어본 사람만이 세상에서 가장 환한 곳을 찾을 수 있는 겁니다.

p. 178
결국 우리는 모두 나선형 계단에 갇혀 있을 뿐이었다. ~~ 사람들은 끝없이 자신보다 높이 올라간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영원히 나선형 계단에 갇혀 맴도는 바람일 뿐이었다.

p. 204
죽어서도 편안히 몸을 눕히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새로운 세상의 경계를 새롭게 엮어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세상에서 버려진 자들이 세상의 끝으로 밀려나 세상의 시작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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