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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RA 지원도서 후기

인간답게 산다는 것 - 정약용 (VORA도서 증정 이벤트)

by Laurier 2019. 10. 31.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657349&orderClick=LAH#N

 

인간답게 산다는 것

《흠흠신서(欽欽新書)》는 《목민심서(牧民心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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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 뒤에 나와 있듯이 조선 당대의 살인 사건을 정조와 정약용이 어떻게 조사하고 판결을 내렸는가에 대해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 있다. 단편 단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당대의 법과 도덕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를 읽는 것처럼 정말 소설을 읽듯이 재미나게 몰입해서 읽을 수가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관료들이 사건이 생기면 1-4차 검시를 한 후에 왕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보고하면 왕만이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릴 수가 있었다.

당시 정조는 법 보다는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정에 끌려 1,112건의 판결 중에 70%를 감형이나 석방으로 결론을 내릴 정도라고 했다. 오늘날의 표퓰리즘을 보는듯 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정약용은 그런 정조의 인정에 끌리는 판결에 과감히 일관성이 없는 판결이라고 직언을 올리기도 했다.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이해하나 법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후대에 전례가 잘못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 일례가 바로 술취한자가 저지른 살인에 대한 판결이었다.

정조는 술취한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어도 그건 술이 잘못한 것이지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고 석방시켜 주었고, 이에 정약용은 술에 취한 사람은 자신이 술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스스로 절제를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기에 엄중히 벌해야한다고 맞섰다.

그럼에도 정조와 정약용 둘 다 법은 백성을 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의견을 같이 하기는 했다.

이 이야기 속 얘기들을 읽으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현재 법과 관련된 사람들이 봐야할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조선시대 판례집 같단 생각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신병은 죄가 없지만 그것을 악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이야기, 혈연-지연이 얽히고 설켜서 결국 사건을 덮어버리는 이야기, 고의로 남의 이야기를 퍼뜨려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만드는 오늘날의 악플때문에 자살한 것과 같은 이야기, 술로 인해 벌어진 살인 이야기, 15세 이하 미성년의 죄를 묻지 않는다는 이야기 등이 너무나도 현대와 똑같이 이어지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하나 안타까운 것은 유교 시대에 남존여비 사상으로 여자가 간통을 저지르거나 시집에 잘못해서 살해를 당했다면 그 당시에는 마땅한 것으로 보았다는 것이 씁쓸했다. 그때는 그랬으니깐...

정약용의 조사방법과 사법 행정 능력의 출중함을 보여준 이야기도 오늘날의 콜드 케이스(미해결 사건을 재조사하는)와 관련해서 흥미로웠다. 10년이 지난 사건을 다시 조사해서 밝혀내는 이야기 등은 오늘날 많은 미제 사건들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고 생각한다.

정치가이자 법률가였던 정약용 선생의 일목요연한 논평형식도 이 글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으며 이처럼 훌륭하신 분이 오늘날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하다.

정약용 선생께서는 유배지에서 백성들과 함께 살을 부비며 지내셨기에 백성들의 고충을 알고 정치에 나아가서도 유혹을 이기고 백성들을 위해 애쓰셨는데, 오늘날 정치인들과 법과 관련된 분들은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어려웠던 시절은 잊고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시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꼭 정치인들과 법률가들이 읽어주기를 바라고 혈연, 지연에 얽히고 설키지 말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책 속 문장 하나 적고 마친다.

p. 173
다산은 《흠흠신서》에서 법집행은 인지상정에 맞아야 한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한다. 인지상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통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법은 일반적인 사람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는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산이 임금에게 곽명대(자신의 살인죄를 덮어주기 위해 죽은 어머니에게 살인죄를 씌우려는 자식)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그의 행위가 상식에 너무 동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교보문고 후원앱인 'VORA보라' 에서 후원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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